하남 감일지구에서 현재의 국립현충원으로 추정되는 백제의 최고위층 석실묘 50여기가 나왔다.

23일 하남시와 하남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고려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감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부지에서 4세기 중반~5세기 초반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고위층 횡혈식 석실분(石室墳·굴식 돌방무덤) 50여기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석실묘는 서울 풍납토성(사적 제11호)과 약 4㎞ 떨어진 감읻동 지역으로 고려문화재연구원은 백제 최고위층 무덤인 한성도읍기 백제 왕성으로 보고 있다.

석실분은 일반인이 아닌 귀족층의 무덤 형태로, 방이동 고분군에서 1∼2기가 나오는 등 70여기가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석실분이 한 곳에서 대량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발굴된 석실분은 경사진 면에 땅을 파서 직사각형 묘광(무덤 구덩이)을 만들고 바닥을 다진 뒤 길쭉하고 평평한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조다. 무덤 크기는 묘광이 세로 330~670㎝, 가로 230~420㎝이고, 석실은 세로 240~300㎝, 가로 170~220㎝, 높이는 180㎝ 내외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한성도읍기로 추정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과 가락동 그리고 방이동 일대 고분군이 도시 개발로 대부분 파괴된 상황에서 이번 고분군을 당시 백제 건축 문화와 생활상, 국제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그동안 문헌 사료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백제사 연구 가능성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문재범 하남역사박물관장은 “이번에 출토된 석실분은 왕실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집단무덤으로 백제 고분 유적으로 보인다"면서 “백제가 도성을 만들면서 최고위층과 유공자를 묻기 위해 마련한 장소, 현대로 치면 '백제판 국립현충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웅진ㆍ사비 중심인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한성도읍기 백제 유적으로 등재할 경우 감일동 고분군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석실분 28기가 밀집한 지역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키로 하고 공원 한편에 이전·복원할 석실분 15기와 유물을 전시할 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계힉이다.